성경을 묵상하다 보면 달리다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에바다 등 예수님께서 말씀을 하시고 이를 번역하면 무엇이더라 하는 성경 구절이 자주 나옵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과연 어떤 언어를 쓰셨길래 일부 구절은 번역한 내용까지 성경은 소개하는 것일까요? 당시 예수님께서 쓰셨던 언어는 과연 무엇이었고 어떤 언어로 제자들과 소통하였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같이 풀어 보겠습니다.
예수님은 아람어를 사용하셨다?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언어에 대해 오랫동안 성경학자들의 많은 토론이 있었고 아직까지 서로의 주장이 좁혀지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가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냈던 나사렛과 가버나움은 BC 6세기 전후 바벨론 침략으로 북이스라엘이 멸망한 후, 북이스라엘 사람들이 포로로 끌려가 70년을 보낸 후 돌아온 지역 중 하나로, 당시에는 바벨론 공용어였던 아람어를 히브리어 대신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광복 후에도 우리나라 언어에 일본어가 혼재되어 사용되었던 것과 비슷한 경우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자연스럽게 아람어를 사용하셨을 것으로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가복음 5장 41절을 보면 가버나움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자 예수님께서 그 아이에게 '일어나라'는 뜻의 아람어 '달리다굼'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말씀하셨던 바로 그 말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리고 골고다, 에바다(열려라), 마라나타, 겟세마네 등도 모두 아람어였습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이 낯선 언어로 대화하는데 그 언어가 바로 아람어입니다.
예수님은 헬라어를 사용하셨다?
예수님은 나사렛 출신 목수라서 당시 대규모 건축 공사가 있었던 나사렛 주변 대도시들의 토목 공사를 위해, 공용으로 사용했던 헬라어도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으로 성경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각 국가로 널리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당시 공용어였던 헬라어(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 성경은 예수님께서 아람어를 사용하시는 장면을 꽤 많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제자였던 ‘시몬’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갈대’란 뜻이었는데 예수님께서 시몬이 반석이 되라는 의미로 ‘게바’라는 아람어 이름을 새로 지어 주셨습니다. 요한복음 1장 42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지어주신 반석이라는 뜻의 아람어 이름 ‘게바’를 헬라어로 번역하여 ‘베드로’라고 같이 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히브리어도 사용하셨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는 아람어를 사용하셨고 헬라어도 사용하셨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누가복음 4장 16절 기록처럼 유대인 전통에 따라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성경을 봉독하실때에는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으셨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람어를 주로 사용하셨을 거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상당수가 있는데 그 증거로 빌라도가 예수님을 못 박은 장소에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패를 십자가 위에 붙여 유대인들을 조롱했던 기록이 있는데 요한복음 19장 20절을 보면 그 패가 히브리어와 로마어, 헬라어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아람어가 아닌 히브리어를 예수님과 제자들이 일상어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아람어가 아닌 히브리어를 더 많이 사용했을 것이기 때문에 모든 유대인들이 읽어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게 하기 위해 히브리어로 패를 썼다는 주장입니다.
현재까지도 팽팽하게 학자들이 서로의 주장을 하고 있지만, 대체로 예수님과 제자들이 아람어를 사용했다는 가설이 아직까지는 좀 더 지지를 얻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아람어, 히브리어, 헬라어 중 어떤 언어를 사용했냐에 대한 논쟁보다는 예수님께서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기셨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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