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성경의 장과 절은 언제부터 나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또한 성경을 읽다 보면 간간히 발견하게 되는 ‘절 없음’이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오늘은 이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원래 성경의 장과 절은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고대 성경 사본들을 보면 구약시대부터 전승되었던 율법서들과 예언서들은 장과 절로 구분되지 않았는데 과연 언제부터 장과 절의 구분이 생기고 누가 처음 구분한 것일까요? 구약성경의 초기 모습은 히브리어 자음 22개만으로 기록된 형태였고 신약성경도 헬라어의 모음과 자음의 대문자로만 기록된 형태였다고 합니다. 아직 종이가 발명되기 전이기 때문에 파피루스나 양피지에다 글을 썼던 성경 기록자들과 필사자들은 최대한 좁은 공간에 많은 글자를 써넣었고 대문자만 사용한 이유는 당시의 필기도구나 재료로는 정교함이 필요한 소문자를 기록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성경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공생애 기간에 글자와 글자 사이에 아무런 공간도 없고 자음만으로 기록된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전문직이 있었는데 바로 서기관들(scribes)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늘 서기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실제 사용하는 모음이 없어 잘못 읽고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AD 5-6세기 경 학자들은 성경 본문의 발음과 의미를 확실히 해주기 위해 모음 표기법을 만들어서 모음을 성경에 기입해 넣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수님 당시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쿰란 사해사본에는 아직 장과 절의 구분은 없지만 초기 단계의 문단 구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문단을 시작할 때 행을 바꾸어서 시작하든지, 행의 중간에 몇 자를 띄어서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는 경우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회당에서 성경을 낭독할 때 통역자가 아람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일정하게 끊어 읽을 표시를 한 것이고 이것이 나중에 절로 구분하는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성경의 장과 절의 구분이 시작되다.
성경이 지금과 같이 장으로 처음 구분된 것은 1205년 파리대 교수 출신이자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스티븐 랭턴(Stephen Langton)에 의한 것으로, 성경을 인용할 때 편리하도록 성경을 구분한 것이 시초였다고 합니다. 성경 라틴어 번역본인 불가타역에 랭턴이 생각해 낸 장 구분법이 처음으로 채택되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보는 성경 같은 절까지의 명확한 구분은 1551년 프랑스 궁정 인쇄업자였던 로베르트 스테파누스(Robert Stephanus)가 처음 생각해 냈다고 합니다. 인쇄에 용이하도록 신약성경에 절로 구분한 것이 첫 시작이었으며, 구약까지 절로 구분된 것은 1555년 스테파누스가 참여한 불가타 번역본이 그 첫 시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보는 성경은 1560년판 제네바 성경의 장과 절을 따르고 있습니다.
‘절 없음’은 왜 생기게 되었을까?
이렇게 16세기 성경 번역본 인쇄 작업의 절 구분은 우리가 개역개정 성경을 보면서 문득문득 의아해했던 13번의 “절 없음” 표기도 생기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16세기 성경의 절이 구분된 이후 출간된 성경들은 대부분 이 절 구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 400년가량 시간이 지난 1947년 어느 날, 전 세계와 성경 연구가들을 흥분시켰던 BC 200년경부터 AD 130년경까지의 성경 사본들이 쿰란 등지에서 대거 발견되게 되었습니다. 그 성경들을 분석한 성경학자들은 기존의 장과 절을 구분할 때 있었던 일부 성경 번역이 성경에서 빠져야 할 본문임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원본이 없는 성경은 사본에 의지하게 되는데 사본은 베껴 쓰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서, 오래되고 우수한 사본이 더 원본에 가깝다고 믿은 성경학자들은 불가피하게 16세기부터 출간된 성경의 장과 절을 수정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절 하나가 빠졌다고 해서 성경 전체 숫자를 다시 매길 수는 없어서 (없음)으로 표기하고 필요할 경우 난외주 즉 성경 하단의 보충 설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본의 번역을 인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다가 (없음)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당황해하지 마시고, 원본 성경에 가까운 성경을 소개하기 위한 성경학자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경의 장과 절의 구분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와 성경 속 절 없음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성경을 현재 우리에게까지 이어준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의 선조들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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