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개신교와 가톨릭의 성경 권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성당을 다니는 사람들의 성경을 보게 될 일이 거의 없어서 가톨릭의 성경 권수가 개신교의 성경 권수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성경 권수 차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신교의 성경은 구약 39권, 신약 27권으로 총 66권이며, 가톨릭의 성경은 구약 46권, 신약 27권으로 총 73권입니다. 신약은 번역의 차이는 서로 조금 있지만 같은 성경을 보고 있고, 구약은 가톨릭이 7권 더 많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개신교와 가톨릭이 언제 현재의 성경을 정경으로 인정했느냐를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약성경의 정경 공인 시기
현재 개신교가 사용하는 구약 성경은 에스라서 7장 6절의 말씀에 기록된 바와 같이 에스라가 BC457경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하여 말씀으로 백성들을 바로 잡고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성경들을 연구하고 취합한 것이 그 첫 시작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에스라 시대에는 아직 쓰이지 않았던 느헤미야, 말라기를 제외하고는 당대 율법학자였던 에스라가 정경들을 취합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후 AD90년 경 요하난 벤 자카이(Yohanan Ben Zakai)라는 랍비가 유대인 랍비들을 현재 텔아비브와 가자지구 사이 지역인 얌니아(Jamnia, 현재는 야브네)로 소집하여 구약성경의 정경을 결정하는 회의를 갖게 되었고, 이 회의에서 에스라가 취합했던 경전 목록을 재확인하며 구약성경의 정경이자 유대교 경전 24권이 결정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16세기 종교 개혁 시기에 마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가톨릭이 채택한 70인역 성경과 달리 제2경전(개신교에서는 외경으로 분류)이 없는 유대교 경전 24권을 정경으로 선언하게 됩니다. 물론 70인역의 성경 배열을 참고하기는 했지만, 얌니아 회의에서 채택된 성경 24권 중 역대기를 역대상하, 열왕기를 열왕기상하, 사무엘서를 사무엘상하로 나누고 호세아에서 말라기까지 1권이었던 것을 12권으로 나누었으며, 1권이었던 에스라와 느헤미야를 나누는 작업을 통해 구약 성경 39권이 정경으로 채택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약성경 27권의 정경 공인 시기
신약성경 27권이 정경으로 공인된 것은 로마의 국교를 기독교로 공포한 콘스탄틴 황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로마 콘스탄틴 황제의 명으로 기독교 정경을 선별하던 알렉산드리아 출신 신학자이자 주교이며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자 구세주임을 믿었던 아타나시우스(Athanasius)는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약 성경을 정경으로 선별하였고 AD397년 제3차 카르타고 교회 회의에서 이를 확정했습니다. 현재까지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 이때 확정된 27권을 신약성경 정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신약 성경의 명칭들이 약간씩 틀리긴 하지만 같은 성경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톨릭의 성경이 7권 더 많은 이유는?
이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70인역’에 대한 소개가 필요합니다. BC 250년경 유대는 헬라인이자 애굽 알렉산드리아를 다스렸던 톨레미 소테르(Ptolemy Soter) 왕에 의해 22년간 지배를 받았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왕이 된 톨레미 2세(Ptolemy Ⅱ)를 보좌하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 데메트리우스는 히브리어 율법서를 헬라어로 번역하여 보관하자고 톨레미 2세에게 제안하였고 왕은 이를 허락합니다. 유대인의 도움이 필요했던 톨레미 2세는 애굽에 와 있던 유대인 포로 11만 명을 유대로 돌려보냈고 그 대가로 아론 이후 32대 예루살렘 대제사장이었던 엘르아살에게 율법서의 헬라어 번역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엘르아살은 각지파 6명씩 총 72명을 알렉산드리아로 보내 히브리어 율법서를 헬라어로 번역하게 되었고 이것이 그 유명한 ‘70인역’ 성경 번역본입니다. 왜 72인역이 아닌 70인역으로 부르는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헬라어로 번역된 이 구약 율법서는 사람들로부터 “70인역”으로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얌니아 회의에서 채택되었던 유대교와 개신교의 구약 성경과 가장 다른 점은 7권의 외경을 제2경전으로 인정한 점이었습니다. 개신교 성경에는 없고 가톨릭 성경에만 있는 성경은 ‘토빗기’, ‘유딧기’,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마카베오기 상권’, '마카베오기 하권’입니다. 가톨릭이 이 70인역을 정경으로 채택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얌니아 회의에서 채택된 유대교 경전을 재분류한 개신교의 구약 성경과는 7권의 차이를 보이게 된 것입니다.
개신교 성경과 가톨릭 성경의 권수 차이는 7권의 외경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이처럼 역사적인 관점으로 성경의 발전사를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가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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